무엇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인가요?
『플라뇌르』는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삼일로 창고극장의 아늑하고 친밀한 공간에서 2025년 9월 9일부터 14일까지 총 6회 공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6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두 배우의 밀도 있는 연기와 대사만으로 깊은 감동을 전달하는 대화극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프로젝트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비행기 연착으로 공항에 발이 묶인 두 사람 - 여행 에세이 작가에서 기자로 전향한 여자와 그녀의 글 "통곡에 대하여"에 깊은 영향을 받은 배우 남자가 우연히 만납니다. 10년 전, 그녀의 글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찾은 남자에게 여자는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여자는 처음에 그를 '스토커'로 오해하며 격렬히 거부합니다.
두 사람은 정전과 기상 악화로 고립된 공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서로의 내면을 열어갑니다.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깊은 상실감을 간직한 여자, ADHD를 가진 채 자신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키려 노력해온 남자.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극의 긴장과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예술가는 자기 착취적 생물"이라는 남자의 말처럼, 두 인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대면하고 표현하며 치유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작품은 마지막에 "멈추지 말아요!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당신을 위해서 긴 카운트다운을 할거에요"라는 남자의 대사로 마무리되며, 상실 이후의 삶,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왜 의미있나요?
『플라뇌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진정한 소통과 공감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디지털 기기와 SNS로 연결된 세상에서 정작 깊이 있는 대화와 진정한 만남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 사이의 경계와 불신이 커져가는 요즘, 두 낯선 사람이 가면을 벗고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연극을 넘어 관객들에게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 그것을 표현하고 승화시키는 예술의 힘, 그리고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이 주는 치유의 가능성을 성찰하게 합니다. "통곡에 대하여"라는 작품 속 글처럼, 우리 모두가 가진 슬픔과 상실에 이름을 붙이고 표현함으로써 위로받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소극장 연극이라는 형식은 상업적 대형 공연과는 다른 친밀함과 진정성을 제공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의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 느낄 수 있는 이 경험은 스크린과 디지털 미디어가 대체할 수 없는 살아있는 예술의 힘을 전달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프랑스어로 '산책자'를 의미하는 '플라뇌르'라는 제목은 19세기 파리의 골목을 배회하며 도시의 모습을 관찰하던 사람들을 지칭하던 말입니다. 이처럼 인생이라는 복잡한 길을 때로는 방황하며, 때로는 목적을 갖고 걷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의 구상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의미 있는 만남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는 현대 사회에서, 특별한 인연으로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와 ADHD를 가진 채 예술로 자신의 상처를 승화시키려는 남자의 만남을 통해, 우연히 마주친 타인이 어떻게 우리 삶에 깊은 의미를 남길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또한 "잊어주는 것까지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상실과 치유,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시공간(공항)과 두 인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과 주변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받아 발전시킨 이 작품은, 상업적 성공보다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순수한 예술적 동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최소한의 무대 장치와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 이 이야기의 감동과 울림을 전달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